다은아, 지금쯤 자고 있겠네.
언니는 잠 자기에 좀 늦은 것 같아.
너에게 선생님이 된지, 그보다 가족이 되어주기로 한지 4년이 되어간다.
4년동안 너는 너무나도 밝게 잘 자라주었고,
나를 너를 통해 꿈을 꾸었고,
너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만큼 넌 내게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았어.
너를 처음에 만났을 때, 나는 고작 스무살이었고
누군가의 멘토가 되겠다기보단 단순히 무료봉사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인연을 만날지는 몰랐어.
내가 어색하고 낯설어 오랜기간동안 말 한마디 안하던 너가
내 손바닥만한 작은 손을 내밀며 처음 가르쳐 달라던 피아노.
멜로디언 2개를 이어 치던 네 모습 속에
어렸을 떄의 내 모습이 보여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
아버님과 어머님 보살핌에 자라야 할 어리고 여린 네가
남들은 네 상황을 동정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예쁘게 자라는 네가
내 기분이 어떤지 조심히 물어주는 네가
어느 순간부터 헤어질 시간이 될 때쯤 내 손을 놓지 않았던 네가
가지 말라고, 자고 가라고 말하던 네가
어느 때부터 아른거렸어.
너를 만나고 1년 후에 돈을 모으고 모아 키보드를 선물을 줬었지.
그 때 기억나? 엄청 좋아했었는데..
네가 나에게 처음 마음을 보이며 '고마워요 선생님' 할 때,
내가 아빠에게 처음으로 피아노를 선물 받았을 때가 생각이 났고,
처음으로 내게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네 입술에
나는 하루종일 방방 뛰며, 하늘을 나는 것 같았어.
아, 이게 선생이구나. 이게 멘토구나..
내가 너를 통해 꿈을 꾼 것도,
교사가 되어야겠다라는 것도 모두 너로부터 시작이었는데
이 언니가 아직 능력이 부족한지 실수를 한 것 같아.
다은아, 이 언니가 지금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네가 나에게 알려준 사랑, 다는 아니더라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우리 다은이에게 다 줄게. 다 보여줄게.
솔직히 지금 다은이에게 전화해서
방학 잘 보내고 있냐며, 언니가 요새 너무 바빠서 못찾아갔다고,
이런저런 얘기하고 싶은데..
다은이를 무슨 마음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미안해.
누구보다도 힘내라고 믿어주던 너였는데, 언니가 다은이에게 너무 미안하네.
다은이 뿐만 아니라 다은이와 비슷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고, 좋은 가족이 되고 싶었는데-
아직은 언니가 많이 부족한가봐. 마음만 앞섰나?
하지만 언니 마음을.. 다은이는 잘 알거야 그치? 다은이만 알아주면 돼.
다은이만 알아주면.
그림일기에 왼쪽엔 엄마, 오른쪽엔 나를 그려주고 '가족'이라고 말하던 다은이에게
좋은 사람이 될게. 부족하지 않은, 힘들면 생각나는 사람이 될게.
다은아, 이번주에 꼭 보자.
너를 만나고 나면, 이 언니 방황하는 거 끝날 것 같아.
너로 인해 꿈을 꾸었으니 다시 너로부터 꿈을 꾸면 되. 그치?
언니랑 손 꼭 붙잡고 나들이 가자. 겨울 나들이.
다은아, 다은아. 항상 고마워.
나의 첫 제자, 첫 딸인 다은아. 언니가 정말정말 사랑해.